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메마른 바람이 불었다. 여느 때처럼 분수대 속에 앉아 물 속을 천천히 손으로 헤집고 있던 카나타의 기척을 등 뒤에서 느끼던 카오루는, 최근 들어 날씨가 제법 싸늘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올렸다. 날짜가 바뀔수록 점차 높아져만 가는 하늘은 오늘도 구름 한 점조차 없이 짙은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었고, 어째서인지 일렁이는 허공의 쪽빛은 놀랍도록 바다를 닮아 있었다.


요즘 조금 이상한 꿈을 꾸고 있어. 둥근 분수대 속을 한 바퀴 돌며 원래 있던 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카나타는 제 근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천천히 물을 헤쳐 카오루에게 다가갔다. 그는 서론이 생략된 채로 제 귓전에 닿은 말을 곱씹다가 대리석 위에 팔을 올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꿈인가요?


“아…별 건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 눈을 뜨면 내가 낯선 바닷가에 혼자 서 있는데,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면 갑자기 눈이 아릴 정도로 새파란 파도가 크게 일어나서 나를 덮치는, 그런 내용의 꿈이야.”

조금 억지 같지만, 카나타 군을 보니까 뜬금없이 기억이 나서. 분수대를 등지고 앉은 채 김빠진 헛웃음을 지어 보이는 카오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나타는 아주 순간적으로 제 얼굴에 올라 있던 미소를 거두었다가 다시 되돌렸지만, 카오루는 그 짧은 시간 사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건 정말 「이상한」꿈이네요. 냉기가 서린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은 카나타의 대꾸를 듣고 역시 그렇지?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던 카오루는 문득 짙게 그늘이 서린 듯한 제 등 너머의 기색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저의 머리 끝까지를 전부 물 속에 밀어 넣은 카나타를 다소 당황한 듯한 목소리로 몇 번 부르던 카오루는, 분수대의 물 속으로 손을 살짝 넣어 그의 어깨를 몇 번 건드렸다.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물의 내부가 일시적으로 갈라지며 내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그가 고개를 들었고, 카오루는 순간적으로 저의 행동에 스스로가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설프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을 대충 얼버무리려는 듯 분수대를 등지고 재차 하늘을 주시하기 시작했던 카오루는 이상하게도 저의 가슴 한구석을 잠식한, 이름을 짐작할 수 없는 찜찜한 감정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그가 몇 번이고 속으로 곱씹었던 비현실적인 꿈의 내용은 기묘하게도 그에게 익숙하기만 했다. 마치 그것이 깊은 내면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던 기억의 파편이라도 되었다는 양.


대리석 위에 받치고 있던 양 팔을 다시 물 속으로 넣으며 잔잔한 무표정으로 카오루의 옆모습을 곁눈질하던 카나타는 무척이나 날이 선-누군가를 비꼬는 듯한-웃음을 지어 보였다.


“「운명」이라는 것이 몸을 비틀기 시작하면서 다시 카오루를 데려가려는 것 같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휘말리게 두지 않을 거에요♪”

카오루는 카나타가 제 시선을 짙게 내리깔며 중얼거린 혼잣말의 끝부분만을 겨우 듣고 어째서인지 소스라치게 놀란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변함없는 무표정으로 빤히 응시하던 카나타는 물 밖으로 빠져 나와 있던 저의 몸을 조금 더 깊은 곳으로 침잠시켰다. 「방금」전의 말은 단순한 혼잣말이니까, 카오루는 굳지 「알지」않아도 괜찮아요. 카오루는 재차 물을 첨벙거리기 시작한 그의 말에 어딘가 비틀어진 구석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했으나,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당연하게도- 도통 감을 잡지 못한 듯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머릿속을 뒤덮은 기시감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앞으로도 그럴 터였다. 카나타는 그 사실에 내심 안심하여 가벼운 날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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