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라기 신타로는 한참 울어 벌개진 저의 얼굴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열기에 코끝이 싸해지는 것을 느꼈다. 몸에 반도 채 남아있지 않던 온갖 액체를 눈으로 전부 쏟아낸 듯 심장 한구석이 건조했다. 먼발치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가로등의 사이사이에 들어차 있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울어대는 소리와 막 운행을 시작한 전차의 괴성. 그리고 낡은 시계탑의 종소리가 한데 섞여 일렁이는 감각이 그의 귓전 근처에 남아 있었다. 그는 답지 않게도 쌓다 만 탑처럼 축 늘어져 엉망이 된 꼴을 한 채 코를 훌쩍이다가 대뜸 시계탑의 종소리가 몇 번 울리는지를 조용히 머릿속으로 세어 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묵직하고 탁하기 그지없는 제 음성의 파편을 정확히 다섯 번, 허공에 흩뿌린 시계탑은 언제 소리를 내었냐는 양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해가 뜨는 시각은 이상하게도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어중간한 크기로 갈라지듯 뚫린 건물의 벽 너머로-마치 작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모양새였다-새벽의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응시하던 신타로의 눈가에서는 방금 전 미처 다 쏟아지지 못했던 눈물 몇 방울이 툭, 하는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려 바깥풍경을 지켜보고 있던 신타로가 색색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소 급한 태세의 숨을 쉬는 것을, 뒤엎어진 거리의 쓰레기통이라도 바라보는 양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응시하던 쿠로하는 싸늘한 바람이 제 몸 여기저기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손에 한동안 엉켜 있다가 차차 말라가기 시작하던 피의 감촉은 그에게 있어 마치 처음 접하는 것인 양 생소하기만 했다. 어딘가의 시간이 잘못 삼켜버렸나, 라며 말을 중얼거리던 그의 입꼬리는 꽤나 부드러운 기색으로 위쪽 방향을 향했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표정을 지은 채 어중간한 자세로 서 있던 쿠로하는 팔짱을 낀 채로 제 집게손가락 사이를 문질렀다. 피부에 끈적하게 눌러 붙어 있던 핏덩이 몇 개가 한데 뭉치며 바스러졌다. 한참 전에 다 죽여놨으면서. 신종 고문이냐? 다 된 밥에 뜸을 더 들이고 있네. 신타로는 잔잔하게 저를 바라보기만 하는 쿠로하의 태도가 영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네. 내가 왜 이럴까 나도 모르겠어. 시비조로 말을 건 신타로의 모습을 어딘가에서 얼핏 보았던,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겹쳐 본 쿠로하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말을 아무렇게나 허공에 던지다 돌연 코웃음을 쳤다.


신타로는 울화와 엇비슷한 온갖 감정들이 한데 뒤섞인 표정으로 왈칵.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짰는데도 아직 나올 게 남았나, 하고 헛웃음을 지어 보인 쿠로하는 제자리에 가만히 멈춘 채 제 눈을 깜박이기만 했다. 좁은 크기의 정적을 천천히 채워가던 울음이 어느 순간 숨을 죽이는가 싶으면서도 좀처럼 멈추지 않자 희미한 신음을 목구멍 너머로 끄집어내며 신타로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쿠로하는 엷은 노기가 어린 손짓으로 그의 턱 끝을 잡아채었다. 순식간에 정지한 호흡의 단말마가 지르는 비명소리는 짧고 날카로웠다. 평범한 흑색을 띤, 제 눈앞의 눈동자를 찬찬히 뜯어보던 그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못생겼다. 어쩌면 좋아.





“…너 때문에 또 짜증났던 일이 생각났는데. 어떤 식으로 복수하면 되는 거냐, 이거?”

바닥에 주저앉아 신타로와 시선을 마주한 채 불만 가득한 말을 내뱉던 쿠로하는 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표정에 눈에 띄게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엷은 붉은색을 머금은 눈시울이 시야에 비치고 있다는 것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역으로 재생되던 기억의 잔상들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다가 중력에 붙들려 낙하하던 핏방울, 진득하게 땅을 기던 비린내와 시기에 맞지 않게 불어오던 서늘한 온도의 바람, 일렁이던 감정 같은 것들이 현실처럼 선명해지는 순간 그는 뭐든지 다 기억한다던 새끼도 한 물 갔네, 라는 뇌리 너머의 생각을 입 밖으로 옮겼다.


조용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슬슬 염증을 내기 시작하던 쿠로하는 잠시 무언가를 궁리하듯 시선을 위로 올렸다가, 비척비척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가 한참 전에 열기를 잃은 권총을 한 손에 들고 고쳐 잡는 것을 가라앉은 기색으로 가만히 지켜보던 신타로는 그가 총구를 다소 이질적인 방향으로 향하기 바로 직전까지 태평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다소 놀란 듯한 기색으로 무어라 말을 중얼거리려 입을 벌린 듯싶었으나, 목소리가 갈라져 소리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보기만 해도 속에서 짜증이 올라오던 새끼가 허구한 날에 내 눈앞에서 먼저 죽을 때의 심정을 너도 한번쯤은 느껴 봐야지. 그 다음에는…되돌려지기 직전의 세계를 마음껏 즐겨보던가.”

쿠로하는 몸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저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신타로의 얼빠진 모습이 퍽 마음에 든다는 듯 비소를 지어 보였고, 마지막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기기 몇 초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자신의 심장 한구석을 무언가가 작게 갉아먹는 듯한 감각을 사랑. 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로 칭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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