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라기 모모는 제 눈앞에 있는 접시 속 요리가 꺼림칙하다는 양 그것을 젓가락으로 몇 번, 건드렸다. 맛보고 싶지 않을 정도의 처참한 모양까지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당장에라도 입 속에 넣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허나 저와 마주보고 앉아 답지 않게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쿠로하의 표정이 퍽 신경 쓰였을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머릿속에 가득한 찜찜함의 의미를 쉽사리 떠올릴 수 없었다. 모모는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다는 표정을 거두지 않은 채 저의 면전에서 하얀 김을 내뱉고 있는 접시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야, 크게 베어 물었다.


“...이거 뭐랄까, 엄청 맛있어요! 뭔가 특급 재료라도 넣어주신 거에요?”
젓가락 끝에 남은 양념을 혀끝으로 핥던 모모는 여전히 친절하기 그지없는 시선을 저에게 보내고 있는 쿠로하에게 경계심이 한껏 풀린 기색으로 말을 걸었다. 문득 그녀는 별다른 대꾸 없이 엷은 미소를 띠고 있던 입꼬리를 느릿하게 위로 올리기 시작한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쿠로하 씨, 괜찮으세요? 한 손을 허공에 어설프게 기울인 채로 움직임을 멈춘 모모의 목소리를 아랑곳 않고 쿠로하는 그저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는 몇 십 초가 지난 후에야 습기가 고이기 시작한 제 눈을 비비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래, 뭘 넣긴 넣었지. 독을 탔으니까! 가벼운 숨소리가 섞여 드문드문 어색하게 끊어지던 그의 말에 담겨 있던 의미를 한참 속으로 곱씹던 모모는 다소 느리게 그것에 반응하듯 제 눈을 크게 떴다. 목구멍 너머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미친 사람. 왜 빨리 안 죽이고 뜸을 들이나 싶었어. 노기 어린 숨을 쌕쌕 내쉬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쿠로하의 목덜미를 막 움켜잡으려던 모모는 곧 질타를 퍼부을 기력조차 남지 않았다는 것처럼 허공 위로 들어올렸던 제 팔을 늘어뜨렸다. 손가락 마디 중간의 뼈와 마룻바닥이 아무렇게나 부딪히는 소리는 둔탁하기만 했다. 그래도, 총으로 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낫지 않아? 의아하다는 어조를 띤 말을 입 밖으로 내던 쿠로하는 몇 분 전 그녀가 보인 ‘요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재차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잇새를 비집고 나오던 웃음소리를 겨우 폐 안쪽으로 삼키었다. 제 시선 위에서 느껴지는 소성(笑聲)의 기척을 그새 눈치채었다는 양, 모모는 미간을 찌푸렸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무언가에 짙게 그을린 목소리가 사방으로 자꾸만 갈라졌다.

“총살이든 독살이든 기분이 찢어지게 비참한 건 변함, 없거든요…언제부턴가 대놓고 죽이지도 않으니까 배신감까지 드는 거에요.”
이 사람이 감정 같은 걸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확인 차 시선을 위로 올렸던 모모는 쿠로하가 저 혼자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이는 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묘한 안심과 체념이 뒤섞인 한숨을 쉬었다.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쿠로하가 골몰한 표정을 짓고 있자, 모모는 서서히 무거운 눈꺼풀을 감고 곧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머리를 바삐 움직였다. 고통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감각은 딱히 없었다. 혈액과 한데 섞여버린, 이질적인 액체가 잔잔한 태도로 몸 구석구석을 돌며 신체의 기능. 그러니까 감각과도 비슷한 것을 죽여가는 느낌이었다. 뇌와 심장, 둘 중 어느 것이 더 먼저 짧은 생을 마감할지 짐작해보던 그녀는 순간적으로 잠이 들어버릴 것만 같다는 예감 비슷한 것에 황급히 눈을 떴다. 어느새 쿠로하는 적당한 물기와 광채가 어린 시선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듯 모모를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그녀는 그의 무덤덤하기 짝이 없는 풍채가 지닌 살기를 새삼 통감하듯 깊게 들숨을 마셨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다는 게 너희들의 그 잘난 미학 중 하나 아니었냐?”
아니, 완전 엇나갔거든요…그런 끔찍한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거에요! 뭐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고, 이것저것 읽다 보면 대체로 그런 느낌이던데. 모모는 꽤나 확신 넘치는 태도로 말을 받아 넘기는 쿠로하의 눈동자 뒤를 가만히 주시했다. 온갖 화를 쏟아내고 싶던 충동이 이유 없이 사라진 듯했다. 뇌가 벌써부터 기능을 멈추기 시작한 모양이라고, 모모는 어렴풋이 되도 않는 생각을 곱씹었다.

쿠로하 씨는, 애초에 사랑의 의미 같은 걸 제대로 알긴 해요? 모모가 저의 눈동자를 응시하는 것에 맞붙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쿠로하는 대뜸 저의 귓전에 닿은 질문에 대한 것을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 모모는 미간을 희미하게 찌푸린 채로 웃었고, 쿠로하는 그녀의 그 표정이 어째서인지 미묘하다고 생각했다.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웃음이었다.

“영원히 알지 못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모모는 반쯤 감긴 눈꺼풀을 나른하게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말마디 몇 개를 허공으로 내뱉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곧 숨이 끊어졌다. 이번에는 뇌가 먼저 죽어버렸을 터였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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